[광남시론] 불안한 삶과 분노의 시대
박병훈 광주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사람들의 정서가 수상하다. 연이어 들리는 묻지마 범죄 소식에 소름이 돋는다. 이런 조짐은 벌써 보였었다. 우리 특유의 냄비 속성 때문에 잊었을 뿐이다. 당시 모든 국민을 공포와 분노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지존파도 있었고 사람의 장기를 적출해 세간 사람들을 어안이 벙벙하게 했던 영웅파도 있었다.
2000년 중반엔 연쇄살인범인 유영철 사건도 있었다. 그렇게 배태되고 있었던 균주가 사회의 불안, 미래 사회에 대한 불확실, 사회적 고립감이나 연대의식의 부족으로 인해 여기저기 퍼져가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물론 이런 문제의 시작은 가정이다.
'쌀독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도 이젠 박물관으로 보내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역사상 경제적으로는 가장 풍요한 삶을 누리는 것 같으나 속은 헛헛하다. 역사상 가장 빈곤한 심리적 곤궁 상태다. 지나친 경쟁의 결과다. 이런 환경에서는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바라는 일은 연목구어다. 시민성이나 사회적 연대감을 형성하기는 더더욱 쉽지 않다.
수많은 통계 수치가 우리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살률은 수년째 OECD 1위를 달리고 있다. 청년들의 실업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는 이들을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주택구입을 포기한 오포 세대로 전락시키고 있다.
우리는 불안하다. 아동과 청소년들은 성적과 부모의 기대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청소년들은 단 한 번의 입시로 인생 항로가 결정되고 자신의 꿈과 정체성이 무엇인지 모른 채 인생의 문을 나서지만 그 방향을 알지 못해 헤맨다. 청년들은 취업과 스펙 쌓기에 골몰하지만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어려워 좌절한다. 장년들은 언제 직장에서 해고될지 모른다.
그 와중에 자녀양육비와 교육비는 그 끝을 가늠하기 힘들다. 무상급식이 국가재정 파탄의 주번으로 몰아세우는 정도에 이르면 열이 뻗친다. 급식은 국가가 당연히 책임져야 할 의무교육의 한 가지이다. 무상급식이 아니라 의무급식이다. 노년기에 접어들면 자녀양육비나 교육비로 모든 재산을 소비한 노인들은 노후 삶을 보장받기 힘들다. 늘어난 노년기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사회의 안전장치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각자 도생의 길을 찾다 극단적 선택에 이른다.
불안은 불쾌한 감정이지만 적당한 불안은 우리 자신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불안은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경계경보를 울림으로써 실제적인 위험상황을 미리 예견하고 그 위험상황에 대처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정상적인 불안이라 한다.
그러나 현실적인 위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불안을 느끼거나 위험 정도에 비해 과도한 불안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를 병적인 불안이라고 한다. 병적인 불안은 과도한 심리적 고통과 현실적응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 그런데 그 원인이 학습에 있든 주변 환경에 대한 과도한 지각이든지 간에 우리 사회는 불안 사회를 넘어 분노사회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분노는 부적절한 정서상태를 말한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정서상태이자 의사소통의 한 가지 방식이기도 하다. 분노는 자신의 신체에 대한 불만과 고통, 극심한 좌절의 경험과 자존감 손상, 중요한 대상의 상실로 인해 상대방에 대한 사고나 신념의 결과로 발생한 감정으로 짜증같은 가벼운 감정에서 격노까지의 강도를 지닌 불쾌의 내적 정서상태이다. 분노감정은 심리적으로 상처를 입었거나 대상에 대한 강한 복수,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심리적 기제 등 그 원인도 다양하다.
이의 표현 방식도 매우 다양하다. 일단 분노 단계에 접어들게 되면 자신을 지탱했던 내적 힘의 둑이 무너져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돌변한다. 변신을 하는 것이다. 반사회적 성격장애 형태로도 나타나고 알콜중독과 같은 약물남오용이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들은 타인에 대한 신체공격, 언어공격, 아동이나 배우자 폭행, 충동적 공격의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분노는 '어떤 사람의 행동은 그 사람 자체이다'와 같은 일방적이고 부정적인 평가에 기인한다. 따라서 개인으로는 자신이나 세상에 대한 인식의 틀을 바꾸고 삶의 의미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당사자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이다. 상대방의 노력과 처지에 대한 이해와 그 사람의 아픔을 들어주려는 정성, 수용과 지지, 사회적 지원체계를 만드는 일이 일차적인 예방법이다. 때마침 우리지역에서 제1회 정신건강박람회가 열린다고 한다. 나의 마음은 안녕한지 검점해보는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
김옥조 okjo@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