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훈 광주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소장
갈라파고스 제도는 각 대륙과 격리된 덕분에 독자적인 진화를 이룬 고유종이 많이 서식하는 섬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갈라파고'라는 지명은 옛 스페인어로 '안장'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독특한 고유종이 많은 이유가 천적이 되는 대형 육식 포유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진화론의 기초조사를 한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반면에 고립된 형태를 나타낸 은유의 상징이기도 하다.
우리 자녀들이 심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갈라파고스 제도에 살고 있는 듯한 고립감과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부부들도 가족에 대한 희생이 미덕이라는 생각보다는 점점 부부끼리의 행복에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사람은 생리적 욕구를 가지고 있지만 아울러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과 같은 심리적 욕구와 성취욕구, 친애욕구, 권력 욕구 같은 사회적인 욕구도 가지고 있다. 이런 욕구들은 어린 시기부터 부모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충족되기도 하고 좌절되기도 한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은 사회의 기본단위이자 자녀들이 사회에 잘 적응하고 통용되는 가치를 습득하는 일차적 교육기관이다. 우리 사회를 지탱해주는 주춧돌인 것이다. 그러나 상담실에서 만난 많은 부부들은 서로의 이해부족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부족 때문에 그 끝을 알 수 없는 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부부싸움의 유탄은 고스란히 자녀들의 마음에 남아있다. 분노로 남고 적개심으로 남아 자신을 해치고 다른 사람을 해치게 되는 시한폭탄이 된다.
가족의 행복은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그 시작은 부부이다. 자녀들은 신의 선물이자 축복이다. 우리의 많은 행복이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보여주었던 미소, 걸음걸이, 엄마 혹은 아빠라고 불렀던 최초의 말에서 느낀 감동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자녀들이 성정하면서 부모들의 태도가 돌변한다. 자녀들이 원하는 것보다는 부모가 원하는 가치나 성공의 잣대로 자녀들을 몰아 부친다. 이런 부모를 만나게 되면 자녀들은 바람직한 자신의 삶의 가치나 정체감을 획득하지 못한다.
그 결과 비행정체감이나 부정적인 정체감을 형성한다. 이런 부정적인 정체감이나 비행정체감은 비행행동을 일으킨다. 이들은 부모를 향해 저항하고 돌진하고 복수한다. 저항과 돌진과 복수는 학업중단, 비행, 갑작스런 성적 저하의 형태로 나타난다. 공부를 잘 하던 자녀들이 갑자기 학업을 게을리 하면 부모들은 영문을 몰라 당황해 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자녀들이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났는가?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자녀들이 행복해지기도 하고 불행해지기도 한다. 자녀들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경제적으로 부유함의 유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돈이 인간의 행복에 무한대의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심리적이고 정서적인 환경이다. 우리 자녀들은 부모들의 경제적 부유함 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읽어주고 알아 줄 때 꿈이 생기고 힘이 솟아난다. 상담자로서 만나는 수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이 엇길로 나간 후에야 심리적 보살핌의 부족했음을 후회하면서 땅을 친다.
필자는 상처받고 아픈 수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을 만나면서 건강한 가정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동시에 건강한 가정의 조건을 생각해 보게 된다. 스티넷과 드프레인은 건강한 가정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여섯 가지 특징을 밝혀냈다.
첫째, 건강한 가족은 서로에게 감사와 애정을 다양한 형태로 표현한다. 둘째, 건강한 가족은 가족을 인생에서 중요한 존재로 인식하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과 활동에 우선을 둔다. 가족구성원에게 강하게 헌신하는 것이다.
셋째, 건강한 가족은 가족구성원 사이에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고 직접적이고 솔직하며 상호 간에 격려와 힘이 되는 대화를 많이 한다. 건강한 가족은 상대방의 세계관이 변화함을 이해하고 경청하며 유머감각이 있다. 넷째, 건강한 가족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다섯째, 건강한 가족은 정신적 믿음을 같이한다. 마지막으로 건강한 가족은 스트레스와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높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자녀들은 우리들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예정보다 훨씬 빨리 우리 곁을 떠난다. 건강한 가정의 요소는 서로 퍼즐처럼 엮여 있다. 사람들은 주는 만큼 받는다. 우리 자녀들에게도 마찬 가지이다. 다가오는 가정의 달, 부모들이 안내자가 되어 인생의 큰 문을 나서는 아이들에게 등대가 되는 것은 어떨까요? 지금 외식을 하기 위해서건, 여행을 하기 위해서건 집을 나서보자. 이렇게 하기에 얼마나 좋은 계절인가!
김옥조 okjo@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