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로 시민들 삶의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메르스는 병이다. 새로운 바이러스다. 바이러스의 진화에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 정부는 혼비백산했고 국민은 마음 아팠다. 국가에 대한 불신의 병이 우리 마음 깊숙이 들어왔다.
마음의 병은 곧 있으면 겉으로 발현한다. 손이 마비되고 메르스의 증상처럼 열도 오른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신체화 증상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그치지는 않은 것이다.
세월호 사고에 이은 메르스는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더욱 깊게 무의식 속에 가둬두고 일상의 생활 속에서 여러 모양으로 꿈틀거리게 할 것이다. 건강한 자아를 계속 파괴하면서 괴롭힐 것이다.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자아가 잘 발달되어 있다. 자아가 발달한 사람은 본능과 도덕성의 요구에도 적절하게 대응하면서 현실에 잘 적응한다. 그러나 자아가 본능과 도덕적 요구를 잘 조정하지 못하면 무의식적 갈등이 심화되고 심리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사람이 불안을 느끼면 자아는 자신의 건강성을 되찾기 위해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이 방어기제는 매우 다양하다. 개인들은 자신에게 익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함으로써 불안을 감소시키려고 노력한다.
베일런트는 방어기제를 성숙도에 따라 네 가지로 나누었다.
승화, 이타주의 유머 같은 성숙한 방어와 억압, 반동형성, 합리화 전치 같은 신경증적 방어 그리고 퇴행, 동일시 행동화 등의 미성숙한 방어 및 부정, 분리, 투사와 같은 자기애적 방어가 그것이다.
성숙한 방어기제는 적응에 도움이 되지만 다른 세 가지 유형의 방어기제는 부적응적 결과를 초래한다. 정신장애는 개인이 사용하는 부적응적인 방어기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 정부도 합리화, 부정, 전치 같은 많은 방어기제를 동원하여 자신을 방어한다.
어디 정부뿐인가? 우리 가정의 심리적 환경과 물리적 환경은 자녀들에게 안녕한가? 부모들이 자녀의 심리적 건강을 위해 강조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돌이켜보면 우리가 어린 시절 부모들로부터 매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던 말이 있다.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다 오라는 말이다. 그러나 현대 부모들이 강조하고 있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성공하거라. 좋은 대학 가거라. 돈을 많이 버는 대학을 가야 한다.
이런 가치를 강조하는 것은 타인과 더불어 공동의 삶을 살아야 하는 시민의식, 또는 공동체적 연대의식을 약화시키는 숙주이다. 메르스 바이러스보다 치명적이다.
메르스 사태로부터 부모들이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 타인의 삶을 배려하지 못한 자기중심의 삶에 대한 경고 또는 돈 중심의 타락에 대한 경고 아닌가? 타인의 삶이 자신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다시 메르스 사태는 재발할 것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의 주범으로 알려진 삼성서울병원의 연매출액은 1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삼성서울병원이 매출액 감소나 명성을 잃는 것에 앞서 생각해야 할 것은 환우들의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것이었다.
이 대목에서 기시감이 일어나지 않는가! 세월호 사태 말이다.
조금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규정과 절차를 어기고 수많은 꽃다운 자식들의 생명을 버린 사람들 말이다.
다른 사람의 건강이나 생명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기저기 유랑하듯 다닌 사람들의 행태는 어떤가? 다른 사람의 삶이 내 속에 들어와야 한다. 타인에 대한 배려는 공존의 삶을 가능하게 한다. 사람들 사이에 평화를 만든다.
강조하고 싶은 다른 한 가지가 있다. 정당한 권위에 대한 인정을 자녀들에게 강조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교육 현장에는 여전히 신뢰와 존경을 받는 교사들이 많다. 직업의 특성상 일선 교사들과 만나는 일이 많다. 그 교사들의 한결같은 고민은 반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훌륭한 아이들로 기를 것인가이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내가 먹은 밥에 돌이 나왔다고 해서 그 식당의 모든 밥이 돌밥은 아니지 않은가? 과일반화의 오류다.
자녀들의 마음 숲은 타인의 삶이 내 삶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부모의 믿음과 교육으로부터 가꾸어지기 시작한다.
무릇 사람에게 독불장군은 없다. 우리 아버지에게서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던 이야기다. 그 지혜는 메르스 사건에서 다시 확인되고 있다.